나의 작업은 ‘돌’ 이라는 자연물이 생성되는 과정을 많은 인연들이 얽혀 생성된 함축적 사물이자 한 개인을 대변하는 존재로써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돌이 쌓여서 만들어 내는 풍경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관계란 만남이며 치열한 탐색의 결과이다. 살면서 우리는 무수한 만남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한 매 순간의 만남과 이별이 ‘나’를 만들고 ‘너’를 만든다. 때론 기쁘거나 슬플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상처가 남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각자의 기억 속에 여운을 남기며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며, 나아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어느 것 하나 동떨어짐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 각자 다르기에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빈틈이 많고 때론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과 돌을 쌓아 올리는 행위는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불안정과 균열을 받아들이고 견뎌 내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된 시선 속에서 선명했던 감정이 바래지고 또 덧입혀진다. 나와 다른 타인의 색을 조화롭게 인정하고 함께 하는 것이 썩 쉽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이내 자연스러운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도 그 만남의 흔적을 무수히 많은 붓질로 묵묵히 그려간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마음을 변치 않는 푸르른 색으로 그려보고자 했다면, 이제는 변화된 내 역할과, 그림 속에서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가져보고자 한다. 번지고, 스미고, 색을 덧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어 가는 우리의 불안정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녹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