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 리:플랫에서 2023년 2월 3일부터 2월 25일까지 김주희 작가의 개인전 《(사랑)을 키우는 법(How to Flower (Love))》이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업을 펼처온 김주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젬마(Gemma)라는 상상의 종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간 김주희는 식물을 주요 소재로 하는 여러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과거 출간한 아트북 아트북 『비리던스(Viridans)』가 그중 하나로 여기서 식물로 자신을 꾸미고 가을 축제 퍼레이드에 나서는 종족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습니다. 이때 식물이 색감이나 형태 같은 외양으로 영감을 주는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개별적인 성격이나 특징을 갖춘 주체로 식물이 등장합니다.

전시의 주요 캐릭터인 젬마 종족은 머릿속에서 식물을 직접 생산하여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관계를 맺습니다. 젬마족이 만드는 식물은 외관도 성격도 창조자를 닮은 고유한 존재입니다. 오랜 기간 식물을 가꾸면 각 개체가 좋아하는 온도나 습도, 환경을 천천히 알아채고 이를 가늠할 수 있듯이 젬마 종족과 그들이 만든 식물은 서로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둘만의 의사소통 방식과 생활양식을 맞춰갑니다. 어떤 존재가
또 다른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젬마족과 식물의 관계는 마치 부모와 자식 간 같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무언가 낳는다는 설정에서는 창작자의 상상으로 생명력을 얻는 작업물과 창작자의 관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결국 서로 닮은 존재가 사랑하는 이야기니까 ‘사랑하면 닮는다’는 시쳇말과 더불어 각별한 사이를 자랑하는 모든 관계에 대입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식물을 길러낼 때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돋고 열매 맺히는 시간을 기다리며 이 작은 생명체를 아끼는 것처럼, 무언가 가꾸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관계와 사랑이 전제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젬마족이 식물 만드는 과정을 (사랑)을 키우는 법 또는 (관계)를 맺는 시간, (이해)가 깊어지는 단계,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사이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누군가와 관계 맺고 사랑을 키워가는 일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고 의외의 곳에서 또 다른 애정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