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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공작소 - KAYIP

봉산문화회관   I   대구
▢ 작가 소개
KAYIP(카입, 이우준)은 소리를 통하여, 있을 법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그려내는 것에 관심을 둔 작곡가로, 선율보다는 음향 자체의 질감과 색조에 주목하는 음악작업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활동영역을 넓혀 사운드와 그것의 시각화를 통해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국립음악원과 왕립음악원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하였고, 브라이언 이노에게 발탁되어 2009년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에서 열린 아폴로 달 착륙 40주년 기념 공연의 편곡과 영상편집을 맡았다. 영구에서 BBC라디오3과 애버딘대학이 공동 주최하는 현대음악 콩쿠르(애버딘 뮤직 파라이즈)에서 우승하여 BBC스코티쉬 심포니를 위한 새 관현악곡을 썼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영국 현대음악 지원협회인 소속 작곡가로 선정되어 활동했다.


▢ 전시 소개
기억 공작소Ⅲ『KAYIP』展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소리로 그린 풍경」
적막한 어두움 이후, 서서히 펼쳐 광활하게 그려지는 대지大地 풍경의 매끈하거나 거친 질감, 가볍거나 무거운 색조. 저 멀리 하늘과 희미한 산 능선이 맞닿고 여러 겹의 산등성이가 멀거나 혹은 가까이 겹치고 포개어 계곡溪谷과 능선稜線과 평원平原으로 이어진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태양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따라 풍경의 음영陰影이 변하기도 한다. 이때, 무채색은 풍경의 사색적이고 정연하며 섬세한 논리 구조를 드러내기에 적절하다. 정면에 투사한 풍경 영상의 좌우측 벽면에는 351개의 거울 판이 세계의 반영과 복잡성을 은유하고, 그 거울에 반사되어 변주된 여러 풍경 이미지들이 정면의 영상과 횡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의 풍경으로 재조직되고 드넓어진다. 바닥에 반사된 풍경의 역상 이미지와 관객이 바라보는 정면의 반대편 벽면에 투사되는 풍경의 역상 이미지 영상은 자기방식으로 반영하는 거울처럼 상하가 바뀐 모습을 반복하며 공간을 확장한다. 이쯤에서 관객은 풍경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층위의 영상들은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관객이 빠져들 수 있는 공감각적인 풍경을 창출한다.

우리가 빠져든 이 사태事態는 작곡을 하듯, 소리로 그려낸 KAYIP의 풍경이다. 그는 소리를 통하여, 있을 법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그려내는 일에 관심을 둔 현대음악 전공의 작곡가이다. 그는 주로 전자음악을 다루며, 선율보다는 음향 자체의 질감과 색조에 주목해왔고, 최근에는 이번 풍경 작업처럼 사운드와 그것의 시각화를 통해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KAYIP은 현실의 공간, 실제의 풍경을 닮은 2편의 영상과 소리를 선보인다. 풍경을 그리는 느낌으로 소리에 접근한 ‘작곡’과 그 소리를 시각화한 ‘조형’ 작업, 그리고 그것의 감성적 통합이다.

2016년 작 ‘landscape in between’은 해가 뜨고 지기까지의 시간과 그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각기 다른 4개의 광활한 풍경으로 담아 5분 분량의 영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첫 번째의 계곡 풍경은 화면의 좌측 중간 정도에 원통형 관의 단면을 자른 링 모양의 투명 도형이 회전하면서 마치 확대경으로 보듯 겹쳐진 대상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속이 드러나 보인다고 할까? 이 도형과 포개진 뒷부분의 풍경은 표피가 벗겨진 격자 모양의 구조물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하여 가상 혹은 현상과 표면이 아니라, 실상 혹은 근원과 심층이 드러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가상현실과 실재의 경계가 드러나는 상황은 다음 풍경에서도 동일하게 제시된다. 두 번째 풍경은 정육면체의 투명한 도형이 허공에서 회전하는 돌사막이다. 세 번째 풍경은 투명한 구가 떠다니는 구릉지역, 네 번째 풍경은 투명한 다면체가 떠있는 평원이다. 작가에 의하면 이 영상들은 2012년 고비 사막을 여행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소리를 만들고, 다시 그 소리에 적절한 풍경 공간을 만든 것이라 한다. 이어지는 영상은 앞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기억에 의해 제작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들이다. 4분가량의 2015년 작 'in the land of nowhere'는 지평의 끝에서 태양의 빛줄기가 이동하는 첫 번째 풍경과 모래바람이 사납게 부는 사막 풍경, 흐린 구름 사이를 뚫고 빛줄기가 지상을 비추는 계곡의 풍경,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 신비스러운 돌사막 풍경 등 4개의 풍경으로 이루어져있다.

작가가 제시한 2편의 풍경 영상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 즉 가상假想과 실재實在 사이의 경계, 언어와 진실 사이의 구분 혹은 원본의 부재에 의한 결핍의 문제를 다룬다. 전시실 전체에 배치한 이미지와 사운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시공간의 맥락에 처한 실재인 듯 감각되고 인지되지만, 실제로는 인위적으로 재구축된 기술 현상이며 가상의 세계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풍경의 일부에 대하여 실제 구조를 노출하면서 이 문제의 키워드를 풍경의 구성요소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참조한 스스로의 의식을 확장하며, 이 가상의 세계에 공감각적으로 지각하고, 질문보다 우선하여 정서적으로 몰입沒入하게된다.

이번 전시 ‘landscape in between’은 제한이 없는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호출하는 KAYIP의 태도로부터 연계되는 세계의 인식과 우리들 삶의 전망에 관한 질문이며, 소리가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그의 ‘작곡’과 ‘조형’ 행위를 통하여 짐작하는 ‘또 다른 미술’로의 실험이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새롭게 기억하게 하는 통합적 성찰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와 행위들을 환기시키는 낯선 경험이기도하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전시 정보

작가 Kayip
장소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기간 2016-06-03 ~ 2016-07-31
시간 10:00 ~ 19:00
휴관 - 월요일
관람료 무료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53-661-3500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봉산문화회관  I  053-661-3500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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