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은 언제나 애틋하다. 시골의 유년시절은 무료하고 따분해서 외로웠고, 그래서 누군가가 늘 그리웠다. 눈에 보이는 건 들판을 가르며 곧게 뻗어오는 신작로와 그 길가를 따라 하늘 닿을 듯이 서있는 미루나무 들 뿐. 공기마저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햇빛을 받아 쉼 없이 반짝이는 미루나무 이파리만이 유일하게 생동(生動)했다. 기다림에 지친 소년의 눈꺼풀이 잠길 즈음, 길 위의 완행버스가 저 멀리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비로서 잠자던 시간이 눈을 뜬다. 고재군 작가는 옛 기억에 깃든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림속에서 터덜터덜 길을 나서는 완행버스가 ‘그리운 날’을 이곳저곳 여행하며 옛 기억의 향수를 끄집어낸다. 소년은 그 버스가 지나고 난 뒤 한참까지, 흩날리는 희뿌연 흙먼지가 다 가라앉을 때까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았을 터다. 지금도 그 아련한 추억을 잊지 못하듯이. 작가는 TV문학관처럼 70년대 아련한 우리의 정서를 세련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돌아보면 아름다운 시절이다. 지금도 그렇게 흘러가겠지. 시간의 마술로 ‘그리운 날’로 저장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