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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리개인전 <대단한가>

갤러리보나   I   경기
<전시서문>


- 예술의 공감각 -

예술은 표현과 감상하는 신체부위에 따라 시각예술, 청각예술, 행위예술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어떻게 보면 예술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구분이 필요할 때 용이하기는 하다. 그런데 사실은 모든 예술이 어느 한 감각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것을 우리는 ‘공감각’이라 한다.

그림을 감상할 때, 어떤 조형요소를 접하면서 시원하다거나, 시큼한 맛을 느낀다거나, 바람소리가 느껴진다거나 등등 시각적 요소 외의 감각을 동반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을 들으며, 새가 날아다닌다든가, 천둥번개가 몰려오는 하늘이라든가 여러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조해리 작가의 경우, 종묘제례악 해금 무형문화제이자 음대 교수님이신 부친(조운조)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국악을 자연스럽게 접하였고, 간혹 본인의 전시와 부친의 연주를 협업으로 발표하는 기회를 갖곤 하였다. 조해리 작가에게 전통음악은 늘 들이 마시는 공기와 같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소리를 시각 이미지로 치환하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꾸준히 그 실험의 결과를 작품으로 발표하여 왔다.


- 곧고 맑은 대나무
전통 문인화인 사군자 중에서 대나무는 유일하게 소리와 연결되는 소재이다. 대나무는 바람결에 흔들리며 과하지도 소심하지도 않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폭포가 쏟아지듯 거대한 양의 소리를 낸다. 또한 대나무는 그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악기로 제작되기도 한다. 대나무로 제작된 악기가 내는 소리는 대나무 자체가 내는 소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전통악기 중 특히 대금 소리에 매료된 조해리 작가는 세종 때 궁중음악을 위해 제작된 우리의 전통악보인 정간보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대나무가 들려주는 풍성한 음율과 맑은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정간보는 현대국악에서 여전히 활용되는 전통 악보로서 우물 정(井)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여러 음율과 장단, 강약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해리 작가는 그 악보의 시각적 형태가 현대적 추상성을 지니고 있음을 간파하고 여러 음색을 조형적 요소로 각색하여 또 하나의 시각적인 예술로 표현하였다. 그가 각색한 시각적 악보는 이렇게 더욱 풍성한 감각으로 채워져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예술과 전통의 현대화라는 실험적 편린을 다양하게 지속하면서 그는 작품 안에 그것들을 재배치하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전통과 현대, 시각과 청각이라는 어찌 보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조화시켜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 대단한가 -

전통 한국화에 충실하면서도 번외의 여러 실험들을 통해 얻은 결과물들을 한 화면에 조화시킨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서화를 통해 정신적인 고양을 얻고자 했던 선비의 높은 뜻과 대금 연주에서 느끼게 되는 정갈한 평화로움, 전통과 현대의 시각요소들이 어울리면서 자아내는 표현의 적확성과 풍성함에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고, 평화로우면서도 강렬한,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고 모든 것이 마치 있을 자리에 있다는 듯 조화로운 그의 표현은 절묘하게 완벽해 보인다.

조해리 작가가 작가노트에 적은, “대단한가?”, “대나무처럼 단단한가?”라는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나무의 정신, 대나무의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거대한 소리, 자신에게 반향되어 돌아오는 성찰, 어느 날 바라보면 쑥쑥 자라나는 대나무처럼 작가는 그 모습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닮고자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갤러리보나르 대표 이 승 신

전시 정보

작가 조해리
장소 갤러리보나
기간 2023-05-11 ~ 2023-05-20
시간 11:00 ~ 19:00
5.20 (토) : 11:00 - 13:00

* 휴관일 없음
* 13(토), 14(일) 작가 갤러리 상주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보나르
주관 갤러리보나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31-793-7347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보나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158번길 91 (망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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