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에서 장은의의 개인전 이 개최된다.

‘Circling Approach’ (선회 접근) 은 비행 용어이다. 항공기가 착륙 준비를 위해 고도를 낮추면서 활주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접근(Approach)이다. 일반적인 공항의 착륙은 항공기가 활주로와 일직선상에 정렬한 후 직선 진입으로 접근하지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 등의 기후가 여의치 않거나 산, 건물 등과 같은 장애물이 있으면 활주로 반대 방향에서 선회하며 접근하는데, 이를 선회 접근 Circling Approach이라고 한다.

전시명 ‘Circling Approach’ 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해 여름이면 독일의 레지던시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티브 삼아 작업을 진행했던 장은의의 작가적 태도이자 회화적 발견에 대한 은유이다. 유연한 여행(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에서는 2021년 코로나가 아직 한창이던 시기, 작가가 독일의 ‘브레멘 예술가의 집 Künstlerhaus Bremen’에서 우연히 만난 세 사람과의 관계를 그린 정물화를 선보인다. 그릇에 놓인 사과를 그린 그림은 언뜻 평범한 정물화 같지만 사물 뒤의 보이지 않는 다층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추상적 장면이다.

누구나 마주한 적 있는 그릇에 놓인 사과는 특유의 맑고 차가우면서도 정교하고 절제된 장은의의 회화를 통해 우리에게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온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미지의 범람과 우리 일상에서 넘쳐나는 인상과 영향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채색된 캔버스의 아름다운 표면 이상의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과 기쁨을 선사한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으로 접근 (approach)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