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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강 너의 파랑 – 경계를 넘어

성곡미술관   I   서울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지난해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열렸던 한국-요르단 수교 60주년 기념전 , 그리고 그 화답의 형식으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연대와 환대》 전시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때 서로의 작품을 교환하여 공동으로 작업한 새로운 시도가 양국에서 선보였고, 낯선 타국의 작가들이 협업의 과정에서 귀하게 이룬 소통의 장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장해 나가고자 했다.

“색은 결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색은 하나 이상의 다른 색과 조화 또는 대립 관계를 이룰 때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또 완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프랑스 인문학자이자 색채 전문가인 미셸 파스투로(Michel Pastoureau)는 색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성곡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 《나의 빨강 너의 파랑-경계를 넘어》는 서로 상반된 관점을 의미하는 나와 너 그리고 양극의 색을 대표하는 빨강과 파랑에서 출발한다. 나와 너는 음과 양, 물과 불, 빛과 그림자와 같이 늘 한 쪽이 여기라면 상대는 저기에서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같은 땅덩어리 아시아 대륙의 양쪽 끝, 중동과 극동에서 출발한 양국의 작가들은 인종, 종교, 문화, 자연환경,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오리엔탈리즘’의 잣대 아래 오랫동안 우리는 ‘동양’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여 왔고, 여전히 이러한 서구적 시각에서 벗어났다 할 수 없을 것이며, 정형화된 틀과 선입견에 갇혀 서로에게 무지했다.

요르단은 유럽에서 바라본 지리적 개념으로 극동(極東)과 근동(近東)의 중간 지역을 일컫는 ‘중동’(中東, Middle East)지역, 아시아를 통틀어 볼 때 ‘서아시아’로 분류되는 나라로 막연히 ‘중동’하면 떠올리는 테러, 분쟁, 과격한 종교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미술시장의 중심이기도 한 주변 산유국과는 달리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 나라이자 아랍, 이슬람 국가 중 문화적, 종교적으로 가장 개방적이고 안전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제2의 고향이라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요르단에 4년 가까이 살면서 손님에 대한 환대와 끈끈한 정, 문화에 대한 자긍심, 다양한 어휘로 가득한 고유 언어의 아름다움 그리고 무엇보다 격동의 역사를 겪고 살아남은 자만이 지니는 힘을 느꼈다. 또한 일찍이 문명의 발상지를 곁에 두고 문화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살아왔지만 복잡한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힘든 세월을 견뎌온 것은 우리와 꼭 닮아 있었다.

현장에서 경험한 요르단의 현대미술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는 다채로운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요르단 출신 외에 전쟁 망명자와 여러 이민자, 난민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뒤섞여 있고, 세계 여느 곳과 같이 동시대 현대미술이 다양하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작가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과 주변 중동지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은 미술사와 미술비평의 부재로 동시대 아랍 미술을 연구하고 정리하며 이끌어 나가는 이론가나 평론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서구의 구미에 맞추어 편승하거나 간혹 지나치게 서구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한 모습은 또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랍 현대미술을 거창하게 소개하거나 요르단 현대미술을 총 정리해 소개하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형화된 틀에 넣어 한 가지 색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애썼고, 동시대 예술가로서 가지는 다양한 해석과 견해를 공유하고자 했다.

이 전시를 주 요르단 한국 대사관과 공동 기획한 MMAG재단은 요르단과 주변국의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교육과 전시를 병행하며 아랍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도예,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지원하고 작가 간의 협업을 통해 상생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이번 한국과의 전시를 통해 교류의 폭을 넓혀가려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요르단으로 망명한 이라크 출신의 작가들과 요르단에서 나고 자란 중견 예술가 그룹,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을 마치고 요르단으로 돌아와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지난 전시에서 공동 작업을 했던 작가들이 관계를 발전시켜 더욱 심도 있는 협업을 시도하였고, 이주은 작가와 난민 어린이들이 함께 한 의미 있는 공동 작업을 다시 한번 서울에서 선보인다. MMAG재단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여러 행사를 함께 했던 한국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도 참여하여 작품으로 맺은 인연을 발전시켜 나간다. 단발적인 교류 행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 요르단 암만에서 이루어질 다음 전시 《나의 빨강 너의 파랑-함께 쓰는 여행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휴대폰만 있으면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쉽게 어디에라도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노마드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에 걸맞는 유목민 정체성을 가진 세대에게 너와 나, 빨강과 파랑이라는 구분은 이미 무의미한 지 모른다. 다만 무지에서 오는 편견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면 이번 전시가 나와 다른 타인, 우리와 다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의미를 가질 수 있듯이, 다른 듯 닮은 우리가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나의 빨강이 너의 파랑이 되고 너의 파랑이 나의 빨강도 기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안세은(작가, 전시 기획)

전시 정보

작가 다수
장소 성곡미술관
기간 2023-10-26 ~ 2023-11-30
시간 10:00 ~ 18:00
·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주최 MMAG Foundation, 주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
주관 MMAG Foundation, 주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7-7650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성곡미술관  I  02-737-7650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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