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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걷는 그림자

더플로우   I   서울
그림자와 공기방울의 흔적으로부터 읽어내는 현전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하여

남진숙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림자와 공기방울이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독특한 느낌의 여러 회화 작업들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평소 앞만 보고 걸어갈 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자신의 그림자 형상, 다시 말해 햇빛을 등지게 되거나 뒤돌아 볼 때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가 자신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실루엣으로 그려냄으로써 마치 작가 자신이 걸어온 과거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보여주는 듯한 미묘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느낌은 그가 그려낸 그림자 위로 공기 방울과 같은 형태가 중첩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더욱 강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는 자신이 그려낸 그림자에 대해 “’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같은 이질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초기 작업에서는 그림자 자체가 하나의 상상 공간이 되어 있었는데 점차 이를 공기방울이 흩어지는 모습으로 표현하게 된 것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 순간은 도래했다가 매 순간 사라져가는 시간”이었기에 이 순간을 포착하고 지금 이곳에 있는 나를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에게는 매 순간 동행하는 것 같기도 했고 따라다니는 것 같기도 했던 그림자가 작가 자신의 분신과 같았고 동시에 이질적이고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기도 했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매 순간마다 자신의 존재적 상황을 각성하도록 만드는 매개적 대상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실제에 대해 인식하는 지성의 세계와 그림자와 같은 매개적 대상을 경유할 수 밖에 없는 감각의 세계를 구분한 바 있다. 그리고 라캉은 거울에 비춰진 이미지를 통해 어린 아이가 최초로 총체적인 자아에 대해 자각하는 것에 대해 기술하기도 하였다. 이는 실재하는 모든 것들이 감각되는 그것의 이미지를 통해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 모든 경우에서 감각되는 것과 실재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그 간극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메꾸게 되는데 여기에는 착시, 환영과 같은 감각적 오류가 사용되기도 하였고 상상력과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통해 인간은 감각상의 혼돈적 상황을 상쇄시켜 왔다. 남진숙 작가 역시 그의 작업 초기에 분신과 같은 그림자에 대해 주목하게 되면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되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 자신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자신에 대한 이미지 중 일부일 수 있는 그림자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지만 이와 함께 그곳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상상력을 통해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었을 법한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되었던 것이고 무의식과 같은 미지에 세계에 대해 그려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그 차이에만 몰두하기 보다 언제나 현실이라는 땅 위를 밟고 서 있는 현재 자신에 대해서도 동시에 주시하는 자세를 유지하였기에 자신이 상상하는 것들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느 순간 직시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무엇보다도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다시 주목하게 되고 이 모든 것들을 작업에 담아내고자 하였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현실 위에 서 있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간 속 과거 어느 순간부터 연장되어 현실을 이어주고 있는 자신의 흔적과 그림자 모두를 그려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모든 순간들이 동시에 휘발성 있는 물질인 것처럼 금새 날아가버리는 것이고, 현실이라고 불렸던 과거의 수많은 순간들이 단지 찰나(刹那)적 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주려는 듯 그 그림자를 언제든 터져버릴 것 같은 공기방울의 이미지와 겹쳐져 보이도록 그려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일견 자기 자신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순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을 때 자신이 삶을 살아온 흔적, 즉 삶의 그림자와 이미지에 대해 주목하게 되면서 자신의 현재와 과거에 대하여, 그리고 인식 주체로서의 나와 인식 대상으로서의 나에 대하여 고찰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 간극에서 차이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게 되면서 현재라고 인식되는 순간, 이와 동시에 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작업을 통해 ‘나’로 인식되는 ‘지금’과 ‘여기’를 그려내기도 하고 동시에 그곳에 사라지고 없는 것들의 흔적이자 이 흔적들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상징적으로 대리하는 그림자와 공기방울의 이미지를 그려내 보여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라는 시간의 신비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들을 밟고 서 있는 현실이라고 불리지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과 함께 이 모든 것들을 감각과 인식이라는 끈으로 이어서 현전적 존재인 ‘나’를 각성하는 가운데 이 모든 것들을 관객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전시 정보

작가 남진숙
장소 더플로우
기간 2023-11-28 ~ 2023-12-03
시간 12:00 ~ 18:00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더플로우
주관 갤러리 더플로우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663-7537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더플로우  I  02-3663-7537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28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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