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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luid pebble:유동적 모래알갱이

우석갤러리   I   서울
사건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고 그 사건은 때로 우리에게 크나큰 치명타를 입히곤 한다. 계획했던 길따라 가던 일상에서 개인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 변수들의 크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우린 이렇듯 불확실성의 공간 안에 오늘도 언제 변수들을 마주할지
모른채 하루를 살아간다.
불어오면 불어오는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불확실성의 공간 안에 무한히 샘솟는 변수들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이러한 변수 앞의 ‘나’라는 존재는 우연히 마주했던 바닷가 앞 모래알갱이의 모습과 많은 점에서 닮아있었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를 존재 앞에 연대하는 연약한 텍스쳐(texture)들, 정처 없이 떠밀려가고 떠밀려오는 상황 앞에 놓여있는 유동적 성질,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지속적인 불안 앞에 놓인 존재라는 점에서 파도 앞 사라진 모래성에 동질감을 느낀다.
작가노트, 2023.08

바다의 고요함, 깊이, 울렁거림을 바라본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시선은 바닷속 깊은 곳까지 뚫리지 않는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바다를 볼 때 바닷속까지 시선을 보내는 것을 목적 삼지 않는다. 바다는 인간에게 헤아림의 대상이지만, 이때 우리는 ‘알고 싶어하는 것’과 ‘아는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바다를 경험하는 감각들은 여러 방법이지만, 접근하는 과정의 복수성으로 바다의 정체는 해명되지 않는다. 이호경의 회화에서 바다는 본인의 시청각 경험뿐만 아니라 밀물과 썰물의 높이나 조수간만의 차이를 수치화한 디지털 데이터를 아울러서 다루어진다.

작가가 바라본 바다의 깊이, 그 해수면의 변화는 유동적이다. 깊이를 파악하고자 하는 접근은 계산을 통해서도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물결치는 파도는 고요함 안에 미동을 담는다. 바다에서는 날씨에 따라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방향도 다르고, 해수면 높이도 하루마다 심지어 시간대마다 다르다. 막대함은 작가에게 종잡을 수 없는 탓에 인간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시선을 보내고 머무를 수 있는 안정성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바다의 잡히는 듯 말 듯한 깊이나 여기서 순간적으로 들리는 소리는 덧없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서 먹의 검음은 어둠이라는 말로 종종 표상되는 심오하고 종잡을 수 없는 부정적인 내면 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작품은 어둠이 아니다—그렇다고 알 수 없는 깊이도 아니다. 파도가 치는 소리, 이를 목도한 시선, 과학적으로 증명된 수치를 아우르면서 작가는 먹을 중심으로, 석회나 모래 알갱이를 조합하면서 화면을 만든다. 인위적이거나 기계적 감각들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이나 조약돌이 가진 형태 너머에 본원적 모습을 미루어보고자하는 접근 경로들이다. 바다의 깊이 또는 공간감은 완벽하게 헤아릴 수가 없더라도 덩어리처럼 다각도로 입체화된다. 그러면서 이호경의 회화 작업은 자연물에서 다시 본인의 시선으로 되돌아온다. 본인의 그림자가 햇빛에 의해 물결이나 해변에 비친 모습처럼, 작품은 명확한 실제를 향한다. 알 수 없는 역동성이나 힘의 유동성은 실제—나와 자연물이라는 실제가 서로 닿으면서 생긴 그림자를 통해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감각들로써 화면에 담긴다. 파도의 불안정감에 아름다움을 본 작가의 시선은, 설령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결과라 할지라도 허무하지 않은, 윤곽을 단단히 다듬는 과정으로 뻗어간다. 본인이 투영된 자리인 그의 회화 작업은 ‘한 줌의 모래알과 같은’ 부정적 시선도 아니며, 헤아릴 수 없는 규모로 닥쳐오는 막대한 힘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림자가 비친 곳에 나는 가까이 있다—자연, 그리고 나와 가까이. 이호경이 그리는 바다와 조약돌은 물결이나 바닷가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가진, 실제의 단단한 윤곽일지도 모른다. .

전시 정보

작가 이호경
장소 우석갤러리
기간 2024-05-06 ~ 2024-05-18
시간 10:00 ~ 18:00
일요일 휴무, 부처님 오신날 휴무
관람료 무료
주최 서울대학교조형연구소
주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후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후원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880-7480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우석갤러리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신림동) 74동 2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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