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은 주로 민화에 등장하는 연꽃과 같은 길상적 도상을 흩뿌려진 물감과 결합시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치유' 시리즈는 현대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적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내며, 재기의 희망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 등굣길에서 마주했던 연꽃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때 느꼈던 연꽃의 신비로움과 아우라는 지금까지도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으며, 오늘날 연꽃을 마주할 때마다 그 시절의 감동이 떠오르곤 한다. 이번 작업은 궁남지, 속리산 연꽃단지, 조천천, 강주연못, 월성연못, 초전연못 등 연꽃이 있는 장소에서 느꼈던 감성을 작품에 녹여내고자 하였다.
또한, 자연 속에서 얻은 영감을 연꽃과 어우러지게 표현하고자 캠핑 중에 보았던 나뭇잎을 활용하여 작업에 반영하였다. 특히 자수실과 바늘을 사용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자연 친화적인 감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한지에 전통안료를 사용해 표현된 은은한 색조는 시각적인 편안함을 선사하며, 한지 특유의 '번짐'과 '스며듦' 효과는 전통 소재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연꽃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누비는 아기오리와 풀, 파란 물총새, 나뭇잎, 그리고 작가의 정성이 담긴 자수 속에서 잔잔한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