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受動]적 자유


-

자유란 내 마음대로 라는 피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자유 의지와 나의 선택이 담긴 능동적 터치가 아닌 우연성이 주는 표현 안에서 내가 매혹된 것에 ‘수동적’으로 따라감으로써 그동안 내가 가졌던 관념 들과 강박적인 생각들을 넘어 내가 알지못하는 것들 혹은 다른 어떤 세계로 인도해주는 것들.. 그 너머의 가능성들이 가장 나에게는 자유로운 표현의 방법인 것이다.

살아가다보니 그게 내 표현의 방식들 이였고 기록 하다보니 그것들이 더욱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흐름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되다 보니 더 응집력이 생기고 자연스러운 일관성이 생기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일관성은 의도라고 볼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찾아가는 흐름을 남겨 놓듯이 적어도 나의 흐름 안에서 완전한 우연은 있을 수 없다. 규칙이 생기기 전에 그것을 의식 하여 다시 흐름을 담고 그 안에서 유(有)의미 하게 이어져 나가는 선과 색 들로 인해 그 자체 로서의 질서가 생긴다. 표현의 의도를 없애는 의도는 결국 그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연스러운 일관성을 통해 생겨난 실재하는 표현안에서 나라는 존재가 주체가 되어 조심스레 그것 자체의 현상을 유추해 봤다가 그곳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금 이어나가는 흐름 안에서 비로소 내가 보고 만지고 표현하고 있는 것에 ‘참’을 느낀다. 나는 내 그림에 대해 설명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회화는 많은 의미와 사상을 담기 어려운 매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득’은 필요하다.

설득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림 그 자체로써 의 납득할만한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그림 자체로 설득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임 으로써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표현을 생성해 내기위한 무한의 과정이다. 작업을 지속하며 나타난 자연스러운 일관성의 흐름을 따라 최대한 무겁지 않게 나의 큰 마음을 드러낼 것이다. 마치 세상이 거대한 숨은 그림 찾기 인 것처럼..

번뜩이는 눈초리로 그것 안에서의 숨은 참 뜻을 찾다 보면 미약한 내 주관을 넘어 창조적인 세계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