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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술[術]

갤러리 도스   I   서울
후-하-후-하

최서원(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작가가 투자한 노력과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지언정 그 과정을 헛되이 여기는 이는 단언컨대 드물 것이다. 작업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뇌와 눈물을 녹여내어 비로소 잘 갈고 닦은 작품을 바깥에 노출한다. 각각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양하듯 그 시작은 손에 제일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스로 결정한 주제와 평소 영감을 얻는 대상에 몰입하여 제작하는 작품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 요소 속 실제 의도와 계기로부터 기반한다. 현대의 전시장에 놓인 여러 작품은 서문이나 작가 노트와 같은 자료들이 수반되어 감상하기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글과 함께 관람하는 전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해석이 드러나기에 조형예술을 독자적으로 관찰할 때보다 비교적 작가의 뜻을 더욱 밀접하게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작품의 배경에서 그럴싸한 이유가 늘 의무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통찰한다면 순수한 시각에서 새로운 해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소영 작가의 작품에서는 별도의 의도가 없는 것이 의도가 된다. 작품이 전달하는 설득력은 기타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가시적 기록으로 꾸밈없이 전해질 때 진정한 의미가 생긴다. 설명을 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완성되는 작품은 작가의 삶 속 많은 부분과 닮아 있다.

작가는 호흡하듯 그림을 그려 나간다. 화폭에서 스쳐가는 터치들은 전부 작가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의 가치가 담겨 있다. 삶에서 간헐적으로 혹은 매일 같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크고 작은 우려와 걱정들은 작가에게 호흡법조차 편치 못하게 만들고는 했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명상을 하듯 스스로 호흡에 대한 알맞은 방법을 찾고 시도하였으나 끝내 불안을 느끼는 원초적 두려움에 직접 대면하기로 한 작가는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을 깨닫는다. 작품은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선들이 눈에 띄지만, 그 선들은 전부 허물없는 경계 속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물에 구속된 것이 아니라 마치 물과 어우러지며 부유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다. 작품을 구성하는 그림 속 유기체들은 일관적인 단어로 표명하기 어려운 흔적으로 남아있다. 사람 또는 사물의 움직임에 기인한 말인 의태어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이 호흡할 때 내뱉는 숨소리, 가령 ‘후-하’ 스읍-후우’ ‘하압-휘유’ 등의 수식어가 작품에 덧대어져 기식의 또 다른 열린 해석을 부여한다. 땅 위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생리적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가능했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으나 물 안에서 정상적으로 기도를 사용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숨을 참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여 수중 속 산소를 받아들이는 행위에 집중한다면 결국 내면에서 부딪혀 왔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작품은 본능에 따라 이어지는 단순한 호흡의 순서나 단계가 아닌 작가가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평온한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발자취를 차곡차곡 축적한 삶의 일지와 같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해석하기 위한 부연 설명을 일일이 뒷받침하는 대신 오로지 그림을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을 따른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강점으로 묵묵히 예술에 응한다.

마음속 공포를 느끼는 존재는 그 크기가 크면 클수록 우리의 숨통을 조여온다. 두려움을 피하는 수단은 다양하나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은 외면하거나 직접 맞서는 쪽이다. 연소영 작가는 가장 용기 있는 길을 택하여 직접 불안감과 마주 선 채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미사여구 없이 온전히 작가만의 창작 형태를 진솔하게 전한다. 심란한 정신에서도 마음을 가다듬고 질서를 추구하려 하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현실의 고비를 무난히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동시에 그저 흘러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결과를 초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의연함을 심어준다. 인생을 살아가며 모두 각자만의 호흡법을 익혀 굴곡과 기복을 감내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초조하고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잠재우는 본인만의 호흡술(術)을 터득해 보기를, 넓디넓은 물 안에서 가라앉기보다는 처한 상황에 적응하고 상생하려 노력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전시 정보

작가 연소영
장소 갤러리 도스
기간 2024-06-05 ~ 2024-06-11
시간 10:00 ~ 19:00
10:00 ~ 19:00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주관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7-4678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 도스  I  02-737-4678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전시 참여 작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