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개인의 자유는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각자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삶에 대해 독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로 나가 집단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되면 어느덧 개인은 전체주의에 순응하게 된다. 여럿이 모이게 되면 그 안에서 그들의 성격이 형성되며 권력관계도 생겨나게 된다. 이전 시대에서부터 어느 곳이든 집단내의 권력은 항상 존재해서 약자와 강자는 있기 마련이고, 어떠한 기준에 따라 개인은 지배자 또는 피지배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사회에서 통용되는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 많은 조건들이 동반되는데 이러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암묵적인 규범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시선에는 문화와 관습에 의해 길들여진 편견과 고정관념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다양한 관계 속에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좇아 행동하고 거슬리지 않게끔 노력한다. 심지어 타인의 시선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서로의 시선에 갇혀 살게 된다. 서로 다른 개인의 시선들이 모여 집단의 시선으로 작용될 때 개인은 자신을 숨기고 표준화된 인간으로 머물게 된다. 이처럼 집단의 시선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사회에서 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집단의 시선에 맞추어진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예를 들면 경제력, 학벌, 직업 등 다양하고 세분화된 항목들로 개인을 분류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주류와 비주류,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나 또한 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주류가 되고 싶은 욕망도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다양한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인간관계와 같이 삶의 주체로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사회화 과정들은 우리가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 겪게 되는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의 유기적인 관계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사회는 개인을 당연하게 속박하고 제한하여 규제로부터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자아에 대한 탐색과 실현의 갈증은 세상을 회피하고 도피하기 위한 방랑생활을 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래서 나 자신이 속한 사회와 내면과의 괴리, 외로움, 어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존재로서 세상을 마주한다. 안정적이고 싶은 욕망과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숨고 싶은 심리를 강조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집단의 시선 속에서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을 통해 시선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자, 스스로 마련한 도피처이다. 나의 존재는 집단이라는 시스템 안에 속하지 못한 익명성을 띈 존재로 가려지지만 대신에 뒤틀린 이미지의 공간만이 남겨진다. 마치 생략된 기호처럼 나의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알려준다.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그 안에 숨어버린 나는 수많은 세상의 눈으로부터 도피하여 닫힌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