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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OCI YOUNG CREATIVES – 오세경, 임현정 개인전

OCI미술관   I   서울
OCI미술관은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2016 OCI YOUNG CREATIVES’를 마무리할 전시로 오세경 개인전 ⟪Achromatic Centricity: Grey Temperature⟫을 개최한다. 각 변 약 4m의 정방형 대형 작업을 비롯한 10여 점의 회화와, 단지 숫자 3을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모양새의 설치 작업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주변과의 관계-개인사’로 시선을 옮긴다.
전시 제목 ⟪Achromatic Centricity: Grey Temperature⟫은 ‘어중간(於中間)’의 근방을 배회하는 이런저런 단어의 사슬이다. '중간' 자체도 애매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어중간은 그 의미를 풀어 보면 심지어 정 가운데도 아니고 거의 중간 즈음을 뜻한다. 그야말로 애매함 중의 애매함. 절대 애매함이다. 흑도 백도 아니니 잿빛(grey)이고 이 색 저 색 다 뭉뚱그리니 무채색(achromatic)일 수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어중간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럴 수도 그리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어중간이다. 수직선의 중심(centricity) 0에서는 음수로도 양수로도 갈 수 있고, 온도(temperature)는 오르고 또 내리는 게 일상이다. 결국 상황과 인격이 지닌 다중성과 다면성을 회색에 빗댄 셈이다.

애도와 헌정은 작업 전반에 두루 스며있다.
누구든 말 못할, 혹은 뚜렷이 알 수 없는 많은 사정들에 옥죄어 언제나 양 쪽에 한 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있다. 태초에 간직했던 찬란한 노란 빛을 잃고 회백색으로 자랄 병아리를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듯, <동병상련>은 이미 제목부터 그 고충에 대한 애도와, 애환을 향한 공감과 공유의 시도이다. 상련(相憐:서로 가엾게 여김)에서 가늠할 수 있듯, 애도와 공유의 주체 역시 그 애환과 고충을 더불어 앓기에 더 절절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작업 곳곳에 꾸준히 등장하는 여고생은, 부업으로 해 온 오랜 강사 생활 속에 찾은 작가만의 도상이다. 회색에 너무 일찍 눈을 뜨고, 회색 세상으로의 돌입을 앞둔, 그래서 더 안타깝고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가치를 암시한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신념이 되었든. 사람만한 병아리가 띤, 어린이 보호차량을 연상시키는 노란 빛은 작가가 붙일 수 있는 최대한의 경호인 셈이다.

유비와 관우, 장비의 맹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구사이의 로망일 것이다. 운명이니 영원한 우정이니 제법 흉내를 내지만 돌이켜보면 진짜 친구이긴 했을까? <이별>에서 세 소녀는 서로 굳게 마주 손잡고 있지만 도원결의보다는 차라리 삼각관계를 연상시킨다.
삶 속 수많은 갈림길에서 누구나 온전히 순수(白)함을, 때론 당당히 과감함(黑)을 꿈꾼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변 사정들은 순순히 길을 트지 않는다.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다 축축한 느낌에 내려다보면 어느새 발 디딘 곳은 속셈과 기회주의와 이중성과 타협(灰)의 늪. 자기소개에, 일기장에, 또 작업실 벽면에 버젓이 써 갈긴 늠름한 좌우명은, 무언가 좌우될 순간 이외엔 다들 열심히 지킨다. 뒤늦게 밀려오는 경멸과 자괴감을 견디려 자기 합리화도, 때론 없던 일인 양 은폐도 시도하지만 늘 미수에 그치고 자기기만(自己欺瞞)이란 별 하나를 또 달 뿐이다. 마치 한 날 한 시에 죽고 살기를 ‘한마음’ 아닌 ‘딴마음’으로 맹세하듯 도원결의를 꿈꾸었지만, 형편, 감정, 신념, 자존심… 그 사유야 어찌 되었건, 서먹함만 남기고 흩어진 지난 우정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하나의 위안은, 온전히 스스로의 탓만은 아니란 점이다.
처지는 선택의 폭을 좀먹고, 상황은 눈치를 강제한다. 날개가 있어도 기꺼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은 형편이란 족쇄 때문이리라. 때때로 마치 플래시가 터진 듯 강렬히 연출된 작업들은 그런 딱한 사정에 처한 이들과, 섬광 너머 깊은 어둠 속에 묻혀 정작 온전히 알 도리가 없는 그 ‘딱한 주변 사정’을 동시에 조명한다. 플래시를 터뜨리면 피사체야 잘 보이겠지만 주변의 사정은 한층 더 깊은 암흑에 숨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한지에 푸근하게 스민 회색조 아크릴을 통해, 여태 용케 잘 버텨왔다는 훈장처럼, 최선을 다했지만 때론 도리 없이 삶의 이곳저곳에 흉터처럼 박혀 있는, 한계 절감과 타협의 회색 흔적들을 어루만진다.
<짝궁>은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 볼수록 더 크게 뒤얽힌 주변의 정황과 해결의 막연함을 토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을는지 그 막연함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단지 어느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끝낼 만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인명의 희생과 가치의 상실에 대한 애도였다.
그렇게 ‘죽음’은 작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선, 어떤 ‘한계’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종교의 건재를 떠올려 보면 죽음은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초월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해변에 올라와 자살하는 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에도 불구, 아직까지도 정확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죽음뿐만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배경이나 사정마저 경험과 과학의 영역 바깥에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도무지 알 도리가 없음은, 작가에게 그야말로 세상을 꽉 채운 불확실성과 막연함에 대한 통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 심정은 <숨바꼭질>에서 학생들이 숨바꼭질하며 놀던 광경과 오버랩 된다.

전시 정보

작가 오세경, 임현정
장소 OCI미술관
기간 2016-07-28 ~ 2016-08-21
시간 10:00 ~ 18:00
휴관 - 월요일
관람료 무료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4-0440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OCI미술관  I  02-734-04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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