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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개인전 <수풀 속에서>

갤러리 도스   I   서울
욕망의 숲, 환유의 놀이터 물고기, 노루, 말, 까마귀, 나방,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나 무성한 잎사귀들의 실루엣. 배수경은 자신의 꿈 속 생명체들을 무대화한다. ‘무대화한다’는 말은 자신의 꿈에 나타난 사건이나 장면을 재현한다는 말도, 그것을 해석하거나 알레고리화한다는 말도 아니다. 무대로서의 숲은 작가의 낮꿈(몽상) 혹은 밤에 꾸는 꿈들에서 시작되지만, 이 생명체들은 꿈에서 나온 주연 혹은 엑스트라들이 아니라 꿈이 지닌 감각적 과장, 비약, 갈피를 잡지 못하는 증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꿈의 징표(token)들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원생동물의 세포번식과 같은 형태들을 그렸던 초기 작업부터 얼굴 없는 여자(또는 남자)가 계곡과 함께 등장하는 근래의 대형 그림들까지 배수경은 숲이란 이미지를 어떤 원시적 생명력이 표출되는 기표들의 몽타주로 표현한다. 작가는 꿈에서 만난 생명체들의 강렬한 형태, 색, 그리고 –무엇보다- 촉감을 캔버스에 옮겨놓지만 그것들을 마치 자신의 거울이미지처럼 그려낸다. 이 수풀 속 생명체들은 대상화된 오브제라기보다는 환유된 자아의 욕망 그 자체에 가까워 보인다. 이들과 꿈꾸는 자의 거리는 너무 가깝거나 거의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꿈꾸는 자가 물고기, 나방 자체가 되기도 하고, 꿈꾸는 자의 내부로-귓속으로 혹은 콧구멍 속으로, 혹은 벽을 뚫고- 어떤 생명체가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모두가 일련의 연쇄작용처럼 같은 희열 혹은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생명체들은 꿈에서 본 대상들이 아니라 작가의 내벽에 새겨진 무늬 혹은 각인된 형상으로 보인다. 이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 무대화하는 작업은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태도가 아니라 내면을 뒤집어놓고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태도다. 이 태도가 배수경의 작업을 그저 보태니컬 아트와 유사한 그림이나 생물들의 형태를 드로잉하는 데 열중한 유아론적인 작업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배수경의 그림에서는 꿈-사고로 구성되는 원초적 욕망의 단편들을 읽어낼 수 있지만, 이를 섹슈얼리티라고 읽기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 어쩌면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적 본능’으로 떨어져 나오기 이전의 자아본능으로 유예되어 버린 듯한 저 욕망의 흔적들에서 섹슈얼리티를 읽는 것은 작가의 말처럼, “조금 유치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물고기나 포유류, 여성의 나체와 같이 섹슈얼해질 수 있는 모티프들이 생명의 원시적 에너지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며, 그러한 힘과 희열을 표현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그리는 욕망의 숲이 단순히 기쁨 넘치고 상쾌하고 촉촉한 감각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너스의 탄생>에서 쾌락의 분출처럼 보이는 핑크빛 폭발들은 가면을 쓴 육감적인 비너스의 얼굴로 상쇄되며 서늘한 불안감을 던진다. <숲 속의 계곡에서> 대어를 손에 든 얼굴 없는 남자에게 비추는 노란 빛도 마치 해부실이나 수술실의 조명처럼 차가운 느낌을 준다. 나방의 형상이 불러일으키는 간질간질한 느낌과 소름끼치는 긴장은 애무의 욕구를 동반한다. 쾌와 공포, 기쁨과 절개(혹은 죽음)의 감각이라는 양가적이고 모호한 정동이 그림들을 관통한다. 희열과 불안의 양가성은 <나방과 함께 있는 자화상>에서 가장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응축된 듯하다. 창백한 낯빛의 자화상은 귀를 간질이는 나방의 존재에 소름 돋는 긴장과 설렘 그 둘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치지 않는 듯하다. 프로이트는 죽음충동을 모든 생명체 속에 작동하고 있는 원시적 힘, 그러나 생명보존의 힘에 의해 은폐되어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배수경의 숲에는 이러한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서로 뒤엉킨 시각적 감각들로 환유되어 나타난다. 자신의 내면, 혹은 그 기저에 깔린 욕망의 양가성을 숲의 생명체들로 환유시켜 보여주는 이런 태도에 깔린 전제는 너는 어떠한가, 혹은 너 또한 그러한가라는 물음이다. 때문에 배수경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자기지시적인 작업이지만, 모두의 원시적 욕망을 묻고, 건드리고, 모두를 이 환유의 놀이로 초대하는 초대장이다. 자 이제 더 가까이 다가오시라.

전시 정보

작가 배수경
장소 갤러리 도스
기간 2016-12-21 ~ 2016-12-27
시간 11:00 ~ 18:00
화~일요일 - 11:00~18:00
월요일 - 12:00~18:00
휴관 - 없음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도스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7-4678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 도스  I  02-737-4678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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