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의 작업은 픽토그램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픽토그램의 가능성을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정보전달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시각적 표현으로서 제안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시각적 조형요소 가운데, 디지털상에서 하나의 문자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최소정보저장 단위인 1바이트를 구성하는 256개의 점(dot)에 집중한다. 작품에서 1개의 점은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로 치환되며, 점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상은 호르몬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개인의 여러 감정들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수많은 점들과 컬러들이 만드는 조형적 형태와 디지털화된 빛과 소리의 융합을 통해, 외형적 형태에 국한된 표준화된 기호가 아닌, 인간 본연의 감정 변화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감정의 기호(Symbol of emotion)’를 구현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플라스틱과 스틸의 사용이라는 매체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는 현대인의 딱딱한 외면과 반대되는 내면의 섬세한 감정을 극대화하고자 함이다. 함영훈의 ‘감정의 기호’를 통해 기호가 건네는 생동감 있는 표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