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작업실과 일터를 오가며 마주치는 일상의 시간들을 포착한다. 매일같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시간들은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때때로 시간을 허비하고만 있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작업 활동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들 역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느낌마저 불현 듯 찾아오기도 한다. 작가는 길 위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듯, 일상의 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수많은 드로잉을 거쳐 캔버스에 실현된다. 매일 마주하는 현실의 공간과 상상 속 장면들은 분활된 화면으로 보이지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누구나 꿈꾸는 동상이몽처럼, 사사로운 일상과 욕망을 퍼즐을 조합하듯 풀어낸다. 타인의 평범한 일상은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이야기 역시 타인의 일상이 되기도 한다. 정규형의 드로잉은 불특정다수를 관찰하고 기록하지만 동시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연결한다. 타인을 관찰하며 자신의 욕망을 관찰하며, 반복적인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망각으로 미끄러지는 시간들>은 정규형 작가가 지난 2년 여간 제작한 드로잉과 신작 회화작품 약 20여 점을 선보이며, 전시 기간 동안 작가의 작업실을 개방해 기존의 작품과 전시되지 않는 여러 드로잉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