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낯익은 것들_2017.01 풀과 야산, 지나쳐온 것들의 감각은 현실과 기억의 중간 그 어디쯤 이었다. 기억에 고인 이미지와 망막에 고인 이미지는, 낯섦과 낯익음이 혼재된 감정으로부터 발현되었고 이는 알 수 없는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경험한 감각을 기반으로 한 붓질이지만 소통되어지지 않는 낯선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포개진 기억들을 더듬어 풀어내다가 낯익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면서 나는 무엇을 발현시키는 존재인가 물음을 던지게 한다. 무의식에 자리한 알 수 없는 기억들이 참견하며 튀어나와 눈 앞의 것들을 포개어 버리고 손 끝의 감각을 이끈다. 낯선 경험은 생각보다 빨리 낯익음으로 희석되고 기억에 스며든다. 그리고 무의식에 스며들어 몸의 기억이 되고 망막의 필터가 된다. 눈 앞에 자리한 대상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탈색되고 변형된 채 기억의 조각으로 구겨지듯 접합된다. 이러한 이미지 덩어리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를 일깨워 주고 원초적인 감각에 예민해지게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