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들숨과 날숨 만물이 존재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공간이다. 사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인지하기는 쉽지만 공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간 자체를 염두에 두고 면밀히 바라보고 있으면 움직이는 모습을 느껴지곤 한다. 고요하면서도 흔들리고,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고, 있으면서도 없고, 따로이면서도 하나인 여러 상태가 얽혀있는 공간을 인지하는 순간 내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새롭게 다가온다. 매순간 다르게 변하는 공간이 사물의 존재양상을 결정한다. 시시각각 불규칙하게 달라지는 면모로 인해 공간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보인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그렀듯 공간도 생명활동의 하나인 호흡하는 양상을 갖는다. 외부의 것을 받아들이고 내부의 것을 밖으로 꺼내놓는 공간의 들숨과 날숨이 일반적인 생명체의 호흡과 다른 것은 현실, 가상, 시간이 파동적 중첩의 불규칙한 모습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나는 화면에 구현하고자 한다. 존재와 비존재의 공간적 파동이 섞여있는 상태를 화면은 이미 갖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표현을 위해 화면에 양자역학적 요동개념을 부여하였다. 실제 작업과정에서 화면의 내재적 면모를 확장하고 대상의 공간적 양태를 교란시킴으로써 작품이 공간의 자발적 움직임을 다양하게 드러내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호흡적 양상에서 유래된 공간의 교호에 의해 작품이 자체의 표면을 넘어서 현실의 공간에 중첩하면서 다중화된 공간적 상태를 파생시킨다. 작품은 그러한 공간들의 현재화를 통해 우리의 존재 근거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이는 보고 느끼는 공간의 상호적 어울림이 다양하게 전개되도록 함으로써 화면과 현실의 차원의 교호가 성립하게 한다. 인식, 지각, 생각 등을 위시한 삶의 제요소들의 자유로운 엮임의 장(field) 속에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앎의 차원으로 도약하는 에너지가 발생된다. 나의 작품이 품고 있는 공간의 호흡이 조성하고자 하는 맥동적 공간이 감상자가 공간에 대한 경험을 넓혀 삶에 대한 성찰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