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오래전 유목(遊牧)이 끝난 지 오래 된 정주(定住)사회이다. 정주사회에서는 정주사회라는 규격에 알맞은 인간을 원하며 그러한 인간을 생산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개개인은 다채로웠던 꿈을 잃어버리고 마치 거대한 기계 속의 하나의 부품처럼 개체화·몰 개성화 되어버리고 만다. 대학이 가지는 학문적 가치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이며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이란 소위 ‘삼성 맨’ 이나 ‘공무원’ 이 되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게 되었다. 유래 없는 자유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획일적인 모습을 좇아가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도도새라는 멸종된 새를 알게 되었다. 본래는 날 수 있었지만 그들이 살던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라는 섬은 너무나도 안락했고, 결국 그들은 스스로 날기를 포기했다. 거기에 대한 대가는 멸종이었다. 그 섬을 처음 찾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모조리 잡아먹히고 만 것이다. 나는 이 비극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대인들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자유라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본인은 일현 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작년 여름 아프리카에 위치한, 도도새가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모리셔스 섬에서 한 달 동안 체류하며 리서치를 진행했고, 거기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나는 궁극적으로 ‘호모 비아토르’로서의 인간상을 꿈꾼다. 떠도는 인간. 즉, 인간은 길 위에서 방황할 때 비로소 성장해 돌아온다는 뜻이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 방황을 시도했을 때 펼쳐지는 수십 갈래의 길을 만나는 멋진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