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음악, 영화, 문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는 백현진은 다층적인 시각언어와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회화 및 드로잉 작업들을 구사하는 페인터로서 역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백현진에게 회화란 그가 견지하는 미학적 태도와 관심을 실천해볼 수 있는 방식들 중 하나이다. 작가는 특정 내러티브 혹은 도식적인 구성을 배제한 채, 예측 어려운 수수께끼와도 같은 우발적인 도상과 붓질, 현란한 색들로 화면을 구성한다. 직관을 쫓아 순간 그리기를 계속하는 작업행위는 예술적 수행과 궁극적 의미의 공허함 사이에 묘한 긴장을 연출한다. 흡사 분절된 시음처럼 들리는 생경한 전시의 제목 <들과 새와 개와 재능>은 백현진이 늘상 되뇌는 미학적 목표 ’Doing for Nothing’과 닮았다. 작가가 향하는 이상과 맞닿는 ‘Nothing’의 함의는 존재의 부정이나 의미의 부재가 아니라 그 너머를 가리킨다. 들판을 쏘다니는 개처럼, 공중에 머뭇거리는 새처럼 무심히 자리하고 흔히 만나지는 정체들은 무리가 없는 순리적 존재이자 유별한 것이 없기에 아무것도 아닌(Nothing) 동시에 그로써 절대적인 상태를 역설한다. 결국 백현진에게 있어 재능은 제목에서 선행하여 언급되고 있는 ‘들과 새와 개’가 은유하는 어느 정점을 향한 하염없는 반복과 노동의 자세이자 미학적 일과인 셈이다. 백현진은 서울,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회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아트선재센터, 성곡 미술관, 상해 민생 현대미술관(Minsheng Art Museum), 쾰른 미하엘 호어바흐 재단(Michael Horbach Foundation), 두산 갤러리 등 주요미술기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백현진은 전설적인 인디밴드인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리스트로서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방준석 음악감독과 함께 듀오 프로젝트 방백을 결성하여 활동 중에 있다.